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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정기 칼럼 -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시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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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은 익숙함과 안전함을 주님께 맡기는 믿음의 결단

인생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고, 예배도 드리는데 마음 한구석이 계속 눌려 있다. 해야 할 일보다 마음의 짐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경우 그 이유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상처, 이미 끝난 관계, 내려오지 않는 자존심, 더 가지려는 욕심, 잃어버릴까 두려운 미래, 내 뜻대로 돼야 한다는 고집, 손에 꼭 쥐고 있을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삶은 점점 지쳐 간다.
신앙은 더 많이 붙드는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이 맡기는 믿음이다. 세상은 붙잡아야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은 맡길 때 비로소 참된 평안이 시작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붙드는 손을 펴는 사람들이다.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내려놓았다는 사실이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고향과 익숙한 삶을 내려놓았다. 더 나아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이삭까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인간적으로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지만, 아브라함은 붙잡지 않고 하나님께 맡겼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숫양을 준비하셨고, 믿음의 조상이 되는 축복의 역사를 시작하셨다.
사르밧 과부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한 줌의 밀가루와 조금의 기름뿐이었다. 그것은 오늘을 버티게 할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그녀는 그것마저 내려놓았다.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는 떡을 먼저 엘리야에게 드렸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내려놓음 위에서 하나님의 기적이 시작됐다. 통의 가루가 떨어지지 않았고 병의 기름이 마르지 않았다. 하나님은 언제나 믿음으로 내려놓는 자의 빈손을 은혜로 채우신다.
베드로는 갈릴리 바다에서 평생 익숙했던 배와 그물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단순한 직업의 포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와 생계, 익숙함과 안전함을 주님께 맡기는 믿음의 결단이었다. 그 순간 평범한 어부는 사람을 낚는 사도가 됐으며, 한 번의 설교로 삼천 명을 주께 돌아오게 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됐다.
바울 역시 내려놓음의 사람이다. 그는 자랑할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좋은 가문, 최고의 학문, 종교적 열심, 사회적 명예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배설물로 여긴다.” 바울은 자랑스럽게 여겼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하나님은 바울을 복음의 가장 위대한 통로로 사용하셨다.
왜 우리는 내려놓지 못할까. 대개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두려움이다. 내려놓으면 잃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존심이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셋째는 욕심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이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믿음은 역설이다. 붙잡으면 오히려 무거워지고, 맡기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분명히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이 말씀은 신앙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생각, 자기 방식, 자기 뜻, 자기 기준을 절대화하는 삶을 멈추는 것이다. 신앙은 내 뜻을 하나님께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내 삶을 맞추는 것이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그 길을 몸소 보여주셨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것이 믿음의 가장 깊은 자리다. 자기 뜻을 내려놓는 순간 하나님의 뜻이 시작된다.
또한 내려놓아야 할 것은 욕심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심, 더 소유하고 싶은 욕심, 더 성공하고 싶은 욕심은 결국 우리 영혼을 무겁게 만든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단순히 고난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이 죽는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욕심이 죽을 때 비로소 믿음이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내려놓아야 할 것은 인생의 주인 자리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삶의 결정권은 자신이 쥐고 있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예수님을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으로 모시는 삶이다.
내가 인생의 주인일 때는 모든 것이 짐이 된다. 미래도, 관계도, 사역도, 가정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께 주권을 맡기는 순간 마음은 달라진다. 두려움 대신 평안이 찾아오고, 무거움 대신 자유가 시작된다.
십자가는 고통의 상징이기 전에 내려놓음의 상징이다. 예수님은 하늘의 영광을 내려놓으셨고,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으셨고, 마침내 생명까지 내어주셨다. 그리고 바로 그 내려놓음 위에서 인류의 구원이 시작됐다.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내려놓음 위에서 시작됐다.
오늘 우리 삶이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붙잡고, 걱정을 붙잡고, 내가 주인이 되려는 자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붙잡으면 짐이 되지만, 하나님께 맡기면 기적이 된다.
붙드는 손을 펴는 순간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신다. 내려놓을 때 은혜가 시작되고, 내려놓을 때 능력이 나타나고, 내려놓을 때 새로운 역사가 열린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조용히 손을 편다. 자존심과 욕심·상처·두려움을 내려놓고, 인생의 주인 자리까지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다시 시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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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기 목사한국 경기도 신나는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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